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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디 서비스는 왜 전부 죽었을까 — Trappist.app을 만들면서 알게 된 것들

공연은 분명 존재하는데 발견이 안 된다. 포스터는 픽셀 안에, 스토리는 24시간 뒤 소멸. 그걸 풀겠다던 서비스들은 티켓 수수료부터 설계하다 전부 죽었다. 나는 밴드를 하고, 낮에는 개발자다. 그래서 반대로 만든다 — 티켓팅 없이, 발견의 레이어부터. 공연이 발견되는 지도, Trappist. https://trappist.app


한국에서 밴드를 하면 모를 수 없는 커뮤니티.

바로 "뮬" 이다. 정말 애증의 커뮤니티다.

나도 몇십년째 이용 하면서 그곳에서 울기도 웃기도 좋은 기타를 구하기도, 팔기도.

공연을 구해보기도, 무대에 서보기도. 후기 까지.. 안해 본거 없이 다 해본거 같다.

하지만 지금 사용하기에는

뮬은 UI가 개박살이다.

(나만 그렇게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진짜 커뮤니티 게시물 반응이 ..;)

하지만 이해는 된다. 왜 저기서 못바꾸는지.

이미 유저들의 나이가. 40-50대들이 많고, 더 바꾸자면 이탈 하는 유저들이 너무나도 많다는걸 깨닳게 된다.


검색은 안 되고, 모바일에선 깨지고, 글 하나 올리려면 인내심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다들 욕한다. 그런데 다들 쓴다.

그 뮬이 20년을 살아남았다. 더 예쁘게 만들어서 대체하겠다던 서비스들은 전부 죽었는데. (진자 신기..)

근데 뮬을 가만히 보면 더 이상한 게 있다.

이 동네의 온라인이 딱 거기서 끝난다는 거다. 악기를 사고팔고 멤버를 구하는 데까지는 20년 된 인프라가 있다. 정작 이 씬의 존재 이유인 공연에는 아무것도 없다. 공연 정보를 모아보겠다던 서비스들이 여럿 나왔지만 하나같이 조용히 사라졌다.

나는 밴드를 한다. 그리고 개발자다. 14년동안 모바일 앱과 웹, 서버를 만들었고, 내가 짠 코드는 지금도 수천만 명이 매일 쓰는 앱들 안에서 돌고 있다.

무대와 코드 양쪽에서 이 씬을 봤고, 지금은 이 씬을 위한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있다.
https://trappist.app

공연하는 쪽 사정부터 말하면 이렇다. 2주 전에 포스터 올리고, 스토리 올리고, 링크트리에 예매 링크 걸고. 그렇게 다 해도 공연 당일 객석의 절반은 아는 얼굴이다. 우리 공연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는 사람 바깥으로 안 나간다. 홍보를 못 해서가 아니다. 나갈 길이 없어서다.

만들다 보니 알겠더라. 공연 쪽 서비스들이 왜 다 망했는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다르게 가야 하는지.

실패의 해부부터 하자.

부검 1. 커뮤니티를 "이사시킬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신생 서비스들의 공통 전략: "우리가 더 예쁘고 편한 걸 만들었으니 오세요."

아무도 안 갔다.

커뮤니티는 기능으로 이사하지 않는다. 오래 밴드 한 사람들이 때묻은 기타를 안 놓는 것과 같다. 성능 때문에 잡고 있는 게 아니다. 세월이 묻어 있어서다. 뮬에는 20년치 중고 거래, 멤버 구인, 싸움, 정이 쌓여 있다. 빈 화면의 신생 서비스가 그걸 이길 방법은 없다. 뮬이 이긴 게 아니다. 뮬을 이기려던 쪽이 전부 진 거다.

이건 추측이 아니다. 나는 개발자 커뮤니티를 만들고 굴리는 일도 오래 했다. 천 명 규모 컨퍼런스를 열고, 매년 이천 명 가까운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모은다. 그 일을 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사람들은 툴이 좋아서 모이는 게 아니다. 거기 가면 만날 사람이 있어서 모인다. 행사가 끝나고 남는 것도 발표 슬라이드가 아니라 뒤풀이에서 잡힌 다음 약속이더라. 툴은 그다음이다.

그래서 내 결정: 커뮤니티와 경쟁하지 않는다. 뮬이든 어디든,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는 곳을 대체하려는 순간 지는 게임이다. 나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이 씬이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걸 만든다. 뒤에서 설명한다.

부검 2. 신뢰보다 계산서가 먼저 왔다

죽은 공연 서비스들의 두 번째 공통점. 씬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설계한 게 티켓 수수료였다.

팬에게는 예매 수수료, 공연장에는 정산 조건. 아직 아무 신뢰도 없는데 계산서부터 내밀었다. 공연 한 번 끝나면 대관료 빼고 남는 게 얼마인지 아는 동네에서, 그 얇은 마진에 빨대부터 꽂겠다고 한 거다. 씬은 그런 걸 귀신같이 알아채고 조용히 등을 돌린다.

그래서 내 결정: 티켓팅을 안 한다. 이건 포기가 아니라 포지셔닝이다. 결제·정산·환불 레일은 이미 큰 회사들이 깔아놨고 작은 팀이 정면으로 뚫을 이유가 없다. 진짜 비어 있는 건 그 앞단이다. "오늘 뭐 보러 가지?"가 일어나는 자리. 발견의 레이어. 티켓 버튼이 눌리기 전까지의 모든 순간이 내 영역이다.

부검 3. 데이터를 우습게 봤다

이게 제일 크다. 공연 정보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 인스타그램 포스터 이미지 안에. 텍스트가 아니라 픽셀로. 검색 불가능.

- 스토리에. 24시간 뒤 소멸.

- 링크트리 구석에. 몇 달 전 공연 예매 링크가 아직 첫 줄에 걸려 있다.

- 공연장 공지에. 반년 전 게시글에 묻혀서.

- 그리고 어디에도 없는 경우. 그냥 아는 사람만 가는 공연.

공연은 분명 존재하는데, 발견이 불가능한 구조다. 죽은 서비스들은 이 진흙탕을 건너뛰고 "플랫폼"부터 만들고 싶어 했다. 크롤링 몇 번 돌리고, 채워지지 않는 지도를 열고, 텅 빈 화면을 보여주고, 죽었다.

그래서 내 결정: 지루한 일이 곧 제품이다. 포스터 이미지에서 정보를 꺼내고, 작년에 문 닫은 공연장을 지도에서 지우고, 틀린 핀 위치를 고치고, 아티스트 링크를 붙이고, 모든 데이터에 출처를 남긴다. "씬을 응원합니다"라고 쓰는 건 카피고, 문 닫은 공연장을 지우는 건 태도다. 데이터가 곧 태도다.

그래서 뭘 만들고 있나

Trappist. 처음엔 그냥 공연 지도였다. 오늘 어디서 누가 공연하는지 한눈에 보고 싶었다.

만들다 보니 판이 더 컸다. "인디"라는 단어부터 너무 좁았다. 밴드, 래퍼, 싱어송라이터, 재즈, 클래식, DJ, 라이브 카페, 힙합 클럽, 7080 무대, 페스티벌, 전시 공간. 도시 안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문화는 훨씬 넓었다.

지금 Trappist의 원칙은 네 줄이다.

지도는 최대한 넓고 정확하게. 커버리지가 신뢰다. 텅 빈 지도는 한 번 열어보고 끝이다.

큐레이션은 적게, 하지만 책임 있게. 취향을 강요하는 에디터가 되고 싶지 않다. 다만 올리는 정보에는 출처와 맥락을 반드시 남긴다. 누가, 언제, 어디서 가져온 정보인지.

팬에게는 무료로. 발견에 요금소를 세우는 순간 부검 2의 전철을 밟는다.

공연장과 기획자에게는 도구로. 인스타 피드는 흘러가고 스토리는 사라지지만, "이 팀이 어디서 공연했고, 이 공연장에 어떤 팀들이 올라왔는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생긴다. 그 기록이 쌓이는 곳. 흘러가는 피드가 아니라 남는 아카이브.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는 이 서비스가 힙한 사람들만 아는 곳이 되는 걸 실패로 정의한다.

처음 라이브하우스에 가보려는 사람, 혼자 공연 보러 가는 사람, 포스터를 보고도 예매처를 못 찾는 사람. 이 사람들의 문턱을 낮추는 게 기준이다. 씬은 안쪽 사람들 것이 아니라, 계속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 덕분에 살아남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죽은 서비스들은 커뮤니티를 이기려 했고, 돈을 먼저 요구했고, 데이터를 건너뛰었다.

나는 커뮤니티를 그대로 두고, 요금소를 안 세우고, 진흙탕에서 시작한다.

때묻은 기타는 그대로 들면 된다. 그 소리가 발견되는 인프라를 새로 짓는 게 내 일이다.

좋은 공연은 이미 많다. 좋은 공간도 많다. 발견되지 못했을 뿐이다.

Trappist는 그 사이를 잇는다.

https://Trappist.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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